삶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전 성균 장로

6월초에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이 93세를 일기로 이 세상을 떠났다. 해 지는 석양에 캘리포니아 언덕에 묻어달라는 유언에 따라 워싱턴에서 국장을 치른 뒤 유해는 서부로 옮겨졌고, 그의 이름을 딴 도서관이 있는 언덕에서 하관식이 있었다. 그가 다니던 밸리 장로교회 목사님의 집례와 기도로서 하관식은 시작되었고 텔레비전을 통해서 중계된 장면들을 볼 기회를 가졌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로 육군합창단, 해군밴드가 장엄한 음악 순서를 진행하였다. 식순에 따라 유족 중 자녀들의 추모의 말이 이어졌다. 큰아들 마이크는 그가 1945년에 입양된 아들이었지만 한번도 레이건은 그를 입양아로 취급한 일이 없었다고 회고하며 아버지의 따뜻한 인간미를 감명 깊게 기술하였고 그러한 아버지를 모셨던 것은 커다란 축복이었고 지금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고 계심을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서 그의 딸 패티는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잊을 수 없고 그의 삶은 우리 모두를 감동 시켰고 이제 이 땅에서 자유를 얻어 하늘나라에 가서 영생을 누리고 계심을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둘째 아들 론은 그의 아버지가 늘 겸손했고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이었고 언제나 약한 자를 긍휼히 여겼다고 회고했고 역사는 그를 정직하고 용감한 지도자로 그리고 인정이 많고 관대한 신사로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신앙을 유산으로 받은 것을 감사한다고 덧붙이며 그의 아버지는 평소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고 죽음 후에 오는 새 생명을 믿고 산 분이라고 했다. 이윽고 시편 23편을 집례 목사님이 읽고 석양이 언덕을 비칠 때 관을 덮고 있던 미국 국기를 의장대원이 접어서 해군장교 한 사람이 부인인 낸시 여사에게 정중하게 전달하였다. 그리고는 영구가 땅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하직의 시간이 다가왔다. 하관예배 동안 늘 우아한 모습으로 지내던 낸시 여사는 관에다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두 아들과 딸이 와서 위로하며 떠나는 슬픔을 함께 나누었다. 낸시 여사는 평생 그의 좋은 아내로서 지냈고 특히 말년에는 정성껏 남편을 간병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는 치매환자와 사는 고민을 다음과 같이 고백한 일이 있다고 한다.
“이 병의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없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나눌 추억이 많은데...”

집례 목사님은 하관식의 마지막 순서로 짤막한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이시여, 귀한 아들의 영혼을 받아주소서. 당신의 평안을 내려주소서.” 이어서 “God Bless America"를 참석자 모두가 합창하면서 하관식은 막을 내렸다.

레이건은 지난 10년간 치매로 고생하며 고독한 싸움을 싸우다가 갔다. 1994년 말 그가 이 몹쓸 병에 걸렸음을 공개할 때 미국 국민을 향하여 “미국 국민 여러분, 내가 여러분의 대통령으로 일할 기회를 주셨던 것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당신의 집으로 부르실 때, 그 때가 언제가 될지라도, 나는 이 나라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한 영원한 낙관을 가지고 떠날 것입니다. 나는 이제 나를 내 생애의 황혼으로 이끌어갈 여행을 시작합니다..." 라고 고별 성명을 전했다고 한다.

69세에 대통령으로 취임한 그는 소련과의 냉전을 종식시킴으로 세계 평화에 크게 공헌한 역사에 남을 위대한 지도자였다. 그러나 그가 땅에 묻히기 전의 마지막 장면들을 목격하는 가운데 느낀 것은 그가 신앙을 가지고 이웃을 사랑하면서 살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영생의 소망으로 살았다는 것이 그의 모든 다른 업적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귀중하다는 것이었다.

어떠한 삶을 살았건 누구에게나 이 땅에서의 삶의 마지막은 다가오고 있고 피할 수 없음을 우리는 안다. 그리고 때가 차면 우리는 가까운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어야 한다. 신앙을 가진 사람은 죽음은 천국으로 향하는 관문이라고 믿는다. 하늘나라에 대한 소망을 가진 사람에게 있어서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고 새롭고도 영원한 삶의 시작일 뿐이다.

레이건은 그의 소원대로 캘리포니아의 어느 언덕 위에 묻혔다. 그는 눈에 보이는 것, 세상적인 성공이나 명예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 삶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으로 훌륭한 삶을 살았다. 그의 믿음으로 산 아름다운 삶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의 활짝 웃는 밝은 모습과 함께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