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운동

전 성균 장로

나이가 들수록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한다. 한때 나는 직장의 상사와 함께 “조깅(뛰기)”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힘이 들어서 중단하고 말았다. 얼마 전부터 이 고장에도 골프가 유행하여 이제는 모두가 골프를 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어디를 가도 그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만나는 사람마다 왜 골프를 치지 않느냐고 언제부터 시작하겠느냐고 묻는다. “때가 오면 시작할 것이다”는 말로 대답한지가 어느덧 십 년이 되어버렸다. 골프가 좋은 운동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건강에도 좋을 것임은 틀림없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푸른 잔디를 친구와 담소하면서 왕래하고 거기다가 승부의 재미도 곁들였으니 나무랄 것이 없다. 그런데 왜 골프를 시작하지 못하는가. 그건 골프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거기에 푹 빠져 그것이 아니면 못살겠고 아무리 바빠도 골프 스케줄에 따라 다른 스케줄을 짜며 사는 열정이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핑계 같기는 하지만 대학에서 녹을 먹는 사람으로서 항상 밀리는 일 처리에 골몰하다가 보면 도무지 짬을 내기가 힘이 든다. 물론 일 처리를 신속하게 하지 못하는 무능함과 소심함도 큰 원인의 하나이겠지만 밀린 일을 생각하면 가벼운 마음으로 잔디밭을 걸어다닐 수 없을 것 같아 좀 더 한가해지면 시작해야지 하다가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가 버린 것이다.

골프를 못 친다고 운동을 포기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걷기 운동이다. 우리가 사는 타운 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제법 큰 상가 건물이 있는데 20년 전 만해도 이 근방에서는 제법 잘 알려진 “쇼핑센터”였다. 최근에는 교외에 큰 “쇼핑센터”들이 생기고 생활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규모가 작은 이 센터는 점점 쇠퇴해가고 큰 옷가게, 구둣방, 가구점, 치과의원, 장난감 가게 등이 그래도 큰 건물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벽을 따라 상점들이 드문드문 있고 가운데는 큰 광장으로 뚫려 있어 실내 경기장을 방불케 한다. 남아 있는 상점들 때문에 냉방과 난방이 철에 따라 잘 되어 있어 쾌적한 온도가 유지된다. 우리는 이곳을 걷기 운동의 현장으로 작정하고 거의 매일 한시간씩 걷기로 했다.

우리처럼 이곳을 이용하는 소시민들이 제법 있어 걷다가  만나면 인사도 한다. 걷기 운동의 장점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편한 운동화를 신고 나서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겠다. 팔을 자유스럽게 흔들며 제법 빠른 걸음으로 네모난 큰 건물의 넓은 복도를 다섯 바퀴 돌고 나면 땀이 난다. 혼자 걷기도 하고, 아내와 대화를 나누며 걸을 때도 있다. 파란 잔디, 눈부신 햇빛 아래 재미있는 게임을 하며 걷는 재미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운동의 양은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중적으로 계속 걷기에 운동의 효과는 더 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걷기 운동이 가장 손쉬운 운동이고 수영과 함께 전신의 근육을 고르게 활용하고 혈액 순환을 원활케 하는 장점이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운동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손쉽게 시작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조용한 이 걷기 운동이 안성맞춤이다. 이따금은 주위의 동네를 한바퀴 돌기도 한다. 걸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자신과의 대화를 나눈다. 삶의 의미에 대해서 그리고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삶이겠는가를 자문자답한다. 각자가 걸어가야 하는 길 즉 괘도(섭리)가 있고 그 것을 벗어나기가 힘들다는 것, 인생 길을 혼자 걸으면 외로울 수 있지만 자기 삶과 늘 함께 하시고 항상 의지할 수 있는 주님을 모시고 걸으면 외로울 겨를이 있겠는가 등등 생각의 날개는 자유스럽게 날아다닌다.

앞에 가던 사람이 금방 사라지고 나면 뒤에 또 새 사람들이 나타난다. 함께 살던 친구들이 홀연히 사라져버리는 인생 길과도 비교해 본다. 자유스럽게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며 걷는 이 운동이 마음에 든다. 골프를 언제 시작하겠느냐고 물으면 여전히 때가 되면 시작할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너무 늦게 시작하면 몸이 굳어서 공이 멀리가지 않을 것이라고 친구들이 경고하면 그때는 이미 익힌 걷기 운동을 계속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