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黙想

권 미숙 사모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다.  
아담과 하와를 지으시고 에덴동산에서 살게 하신 하나님을 생각하며, 나 또한
일상의 무겁고 복잡한 일들을 내려놓고 잠시나마 아담이 되고 하와가 되고 싶 었다.
    
스쳐 지나가는 차창 밖으로 이름 모를 들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가는 바람결에도 하늘거리며 귀엽게 웃는 모습은 꼭 우리 아이들을 보는 듯도 했다.
사람들의 발길도 닿지 않고 관심도 없는 그 작은 들꽃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움과
독특함이 나로 하여금 잠시 생각에 잠기게 하였다.

나는 들꽃을 참 좋아한다.
어린 시절 뛰어 놀던 동산 군데군데 피어 있던 들꽃.
친구들과 꽃 목걸이, 꽃 왕관을 만들어 쓰곤 즐거워했던 일들,
사이다 병에 물을 가득 담아 한아름 꽂아두고 흐뭇해했던 일들은 참으로 사랑스러운 추억으로 내 마음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세상과 타협하며 큼직한 것, 그리고 화려한 것과 눈에 잘 띄는 것에 신경을 쓰고 눈길을 주곤 하지 않았던가?
요즘에 들어서 더욱 작은 들꽃 하나에도,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에도 내 눈길이 머문다.
지금에 와서야
그 가치와 아름다움이 더욱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나의 시야가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만물의 가치와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편협한 생각, 편견을 가지고 자기 중심적인 것에 가려 그 가치와 사랑을 느끼지 못하면서 반 밖에 바라보지 못했던 나와, 우리네의 시각 때문일 것이다.
하나님이 만드신 것은 보잘것없는 것이 없다.
단지 그 역할이 다를 뿐일 것이다.
우리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이다.
무엇을 가지고 어떤 근거로 어떤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진정한 아름다움의 잣대는 무엇인가?

사람의 한계는 늘 그렇다.
눈에 보여지는 대로 말하는 것,
그렇다면, 나의 눈은 과연 얼마만큼의 진실에 가까운 것일까?

주님이 만드신 사람들은 모두 다 이 들꽃과 같다.
관심을 가지면 각자에게 주신 아름다움과 그 가치를 볼 수 있다.

사물의 하나 하나에,
생명의 한 사람 한 사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수용할 때,
그리고 이해할 때
진정한 아름다움을,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이 열리리라.
그 안에서 바로 하나님의 아름다움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