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미국을 더 알게 되었습니다


안 정현 장로

우리 집 세 아들 중 둘째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스 학키를 몹시 즐거워했다.  30년 전 일인데 그 당시는 실내 경기장이 그다지 많지 않아 동리 학교나 공원에 추워지면 가설하는 야외 아이스 학키장에서 새벽 일찍 연습과 시합을 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튄시티 안에만 실내 아이스 학키장이 약 70개나 된다. 그 당시는 여자 애들은 학키팀이 없었다.  그 애들이 한다면 figure 스케이팅뿐이었다.

세상은 달라졌다.  요새는 여자아이들의 학키가 너무나 유행되어서 고등학교 여학생들의 미네소타주 터나먼트(tournament)는 전 미국에서 유명해 졌고, 잘하면 전국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뽑혀 가는 것이 예사이다.  이년 전에는 미네소타 대학에 주민 한 분께서 여자전용 학키장인 Ridder학키장을 기증하기까지 했다.  한 가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여자 학키 법칙은 남자와 달리 거친, 도전적인 일이 없고 유니폼 뒤에 STOP이라고 쓰여져 있다.  조금만 위반하면 페널티 박스에 가서 앉게 된다.  아주 철저하다.  

이번 겨울에 내 사랑하는 8세되는 손녀가 아이스 학키를 한다는 것이다.  얼음장 위에 서보지도 않은 여자아이를 내보낸다니!!  우리 아들의 유전 인자가 손녀에 잇는 것이다.  처음 스케이트를 샀는데 처음에는 스케이트 하는 것보다 넘어지는 것이 더 많았다.  집사람과 나는 지난 3개월 동안 시합 때마다 응원하러 갔다.  15명이 팀인데 그중 한 애는 거의 80%는 빙판에 넘어져 한 자리에서 빙빙 돌기만 한다.  3교대로 2분씩 나가는 데 그 애 교대 때는 마치 쇼트 핸드로 네 명만 나가는 셈이 된다.  애들의 부모 동생 친척들이 응원하려고 많이 나오는 데, 나는 그 애만 나가면 제일 큰 목소리로 격려를 했다.

내가 정말 미국을 새로 보게 되었다.  아무리 어린 여자 애들이라도 시합은 시합이다.  서로 이기려고 가위 결사적이다.  그러나 2분이 지나고 교대할 때가 되면 그렇게 잘못 타는 애를 코치는 반듯이 내어보내는 것이다.  지난주에 이 아이가 3개월만에 처음으로 팍을 쳐서 반대편에 내어보냈다.  그 순간 내 목소리는 학키장이 떠나가는 듯 했다.  내년에도 이 애들이 또 한 팀이 될 것이다.  금년보다는 좀 나아지겠지.  특히 제일 못 타는 애는 틀림없이 고참이 될 것이다.  우리는 잘 못하는 애들에게 더 큰 격려를 해야한다.  이기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당장 능력이 없다고 패배하는 인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능력있는 인간으로 교육할 일이요 팀워크를 가르치는 것이다.

지난주에 애들이 요새 흥행하는 이름난 영화, “Miracle on Ice"에 나를 초청하였다.  이 영화는 실화(實話)인데 80년 겨울 올림픽 때 우리 미네소타 대학 코치가 그 당시 미국 팀의 코치였다.  기적적으로 러시아 팀을 제압하고 경험이 없는 대학생들로 구성된 USA팀이 금메달을 따도록 한 것이다.  우리 코치는 이 어린애들을 교육시킬 목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아이들을 격려하는 코치이기 때문에 우리 애들의 팀은 지금까지 세 번이나 이겼다.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3월 마지막 경기를 마친 후 열린 파티에도 초청을 받았다.  왜 나를 초청했는가 하고 물었더니 내가 응원자중 제일 잘하는 할아버지였기 때문에 애들이 만장일치로 투표했다고 한다.  추웠던 겨울이 애들 학키구경 쫓아다니느라고 시간가는 줄 몰랐고 그러는 중 봄이 오는 가 보다.  우리 두 노인이 조금 젊어진 듯 느껴진다.  미네소타에 살려면 학키는 좀 알아야 한다.